30년 전, 승리를 향한 야구 선수들의 노력은…노팬티? [오래전 ‘이날’]

30년 전, 승리를 향한 야구 선수들의 노력은…노팬티? [오래전 ‘이날’]

기사입력 2020.05.22. 오전 12:57 최종수정 2020.05.22. 오전 01:19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1990년 5월22일 김시진 ‘공’ 쥔채 자야 쾌투
미국은 21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159만1199명, 사망자 9만4994명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정책이 한창입니다. 미식축구, 야구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몸이 근질근질할 텐데요. 최근 그런 미국인들의 스포츠 갈등을 달래주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 야구’. 야구 종주국인 미국 국민들이 한국 야구를 보기 위해 새벽시간까지 기다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야구에서는 상대 투수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금기시되고 있는 ‘배트 플립(bat flip)’에 미국인들이 ‘환호’하고 있고, 메이저리그팀이 없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은 약자가 같은 NC다이노스를 노스캐롤라이나 다이노스로 부르며 열렬한 팬이 됐습니다.

한국을 넘어 미국까지 팬들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팀들은 승리에 목말라 있습니다. 물론 선수들의 평소 훈련과 노력에 달렸지만, 뒤에는 선수 각자의 묘한 징크스와 버릇이 있습니다.

30년 전 오늘 선수들은 어떤 징크스와 버릇이 있었을까요? 옛 추억의 선수들의 황당하면서 재미있는 징크스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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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5월22일 경향신문 11면 갈무리.


‘강돈아~ 다음 경기에는 팬티를 입지 말라’

빙그레의 강타자 이강돈은 타격이 저조할 때마다 팀동료들의 이 같은 익살스러운 주문에 곤욕을 치를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강돈은 1989년 7월 부산사직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때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팬티를 입지 않고 출전했다가 예상 밖의 행운을 안은 뒤로부터 슬럼프에 빠지면 곧잘 바지만 입는 버릇이 생겼다고 합니다. 당시 그는 동군 외야수로 나와 3타수 1안타 포볼로 우수선수에 뽑혀 100만원의 상금을 챙겼던 것입니다.

이처럼 프로야구 선수들은 저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묘한 징크스와 버릇을 갖고 있게 마련입니다. 4월부터 정규레이스에 돌입, 6개월간 대장정을 치르면서 이들이 펼쳐 보이는 징크스와 버릇은 또 서로의 개성이 틀리듯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롯데의 선발 김시진은 조금은 묘한 버릇이 있었는데요. 감독으로부터 선발 날짜를 통고 받으면 그 전날엔 반드시 공만한 크기의 육감적인 물체를 손에 꼭 쥐고 잠자리에 듭니다.

그래야만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본인은 굳게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삼성 최동원의 버릇도 유별났습니다. 포수로부터 공을 받으면 언제나 양발에 신겨진 스타킹을 한두 번 튕겨본 뒤 로진백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자챙을 서너 번 만지작거린 뒤 금테 안경을 몇 번씩 치켜 올리곤 했습니다. 물론 이 버릇은 마음의 안정감을 되찾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홈런 12대로 홈런더비 1위에 올라있는 삼성의 ‘헐크’ 이만수는 슬럼프 때마다 속 내의를 뒤집어 입기로 유명합니다. 온몸에 무엇인가 기어다니는 듯한 감을 느껴야만 방망이가 되살아난다는 일종의 자기 최면술입니다.

LG의 프로 원년 멤버인 투수 유종겸은 다른 투수와는 달리 모자를 눌러쓰고 땀을 닦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지난 몇 해동안 모자를 벗고 이마에 땀을 닦게 되면 투구 내용은 좋아도 반드시 패전 투수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LG 투수 김용수. / 강윤중 기자

LG의 ‘특급소방수’ 김용수는 선발 투수가 아니어서 언제 어느 때 등판할 지 모르는 만큼 초조와 긴장을 달래기 위해 잠자리에 들기 전 꼭 맥주 2병씩을 마시는 버릇이 있습니다. 숙면을 청하기 위해 시작된 버릇이 이제는 습관이 돼 버려 맥주를 안 마시면 잠이 안 올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근육의 긴장을 풀기 위한 버릇은 LG의 최일언이 으뜸입니다. 최일언은 마운드에 오르면 고개를 한두 번 젓고 투구 뒤에는 오른팔 어깨를 움찔움찔하면서 뒤쪽으로 한 바퀴 크게 돌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빙그레의 맏형 유승안은 뭐가 그렇게 이상한 지 베이스러닝을 시작하면 고개를 항상 3시 방향으로 고정시킨 채 삐딱하게 달립니다. 1루를 지나 2·3루를 거쳐 홈에 들어올 때까지 그의 고개는 제대로 돌아오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관중석에선 ‘평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그러는구나’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홈에 뛰어들고 난 뒤에도 그의 고개는 여전히 3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OB의 김광림은 경기 시작 전에 반드시 세수를 하는데 마음에 안 들면 횟수에 제한 없이 다시 세수를 합니다. 세수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찝찝해 시작한 이 버릇이 습관으로 변했다는 게 김광림의 설명입니다.

특히 그는 1987년 22연속 안타 행진을 하다 세수를 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방망이가 불발, 이 버릇을 더욱더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해태 이순철은 이와는 정반대입니다. 경기에 임하기 전 세수를 하면 알던 것도 다 까먹어버린다는 미신 때문에 손조차 닦기를 거부했습니다.

현재 미국 안방까지 진출한 한국 야구 선수들은 어떤 징크스와 습관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김동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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